1. 지난 에피소드
K는 정신과 의사다. 누가봐도 잘 살고 있지만 남들이 알지 못하는 고민이 많다.
2. 강박증
특별한 이유는 아니었다. 갑자기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경쟁적인 삶을 살았다. 학교에서 '너 똑똑하구나'라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내 인생은 꼬여버렸다. 1등이 아니면 견딜 수 없었고, 최고가 아닐 바에야 안하는 것이 나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항상 노력보다 큰 보상이 나를 따라왔고, 원했던 대학, 원하던 학과에 진학했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무한한 경쟁의 굴레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20대의 나에겐 모든 것이 암흑이었다. 다 던져버리고 도망가고 싶을 때면 친구들이 말렸다. 콩나물 녀석은 도대체 뭐가 걱정이냐고 이해안된다는 표정을 지었고, 태식이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서로 다른 두 녀석의 장난 섞인 위로를 듣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러나 일시적인 감정 회복 이후에는 또 다시 어둠이 밀려왔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
차라리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만약 다시 태어나도 열심히만 살지 않을 것이다. 누가 봐도 대단한 삶을 살고 싶다는 오만한 생각을 일찌감치 버리고 자유롭게 살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상처받지 않는 선에서 누구보다 충만하게 살 것이다. 그러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공고장을 보았다. 생전 처음보는 장소였다.
욱하는 마음에 다들 위험하다고 기피하는 그 곳을 지원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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