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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K에게 (방구석 소설쓰기 EP.2-2)

by 강태식 202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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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에피소드

내 친구(별명 콩나물)는 정신과 의사인 K, 10년지기 친구인 내게 이별 상담을 했다.
늘 그렇듯 우린 머리를 맞댔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5년이 지난 지금, K는 죽었고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K의 믿음 (방구석 소설쓰기 EP.2)

5년도 더 된 이야기다. 30살을 맞이하는 나이였다. 콩나물대가리를 닮아 별명이 '콩나물'이던 녀석이 친구K와 나(태식)를 술자리로 불러냈다. 친구K는 정신과 의사고, 나는 그들과 10년 지기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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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에게

K야 잘 지내? 나는 34번째 겨울을 맞이해. 연말이면 피씨방에서 함께 노는게 제일 재밌었는데 이젠 그러지 못하네. 
 
그곳은 모든 것이 따뜻하고 아름다우려나. 내가 딛고 있는 이 세상은 여전히 가슴 시리고 어지러워. 아는게 많아질수록 걱정이 늘어나고, 걱정이 늘어날수록 행동하기 어려워져. 한 때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그 어떤 것도 내 의지대로 되는게 없다는 생각마져 들어.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거라 말했던 너도 이젠 없네. 유한한 삶이니 언젠가 헤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치 못한 이별이라 아직은 너가 그립다. 
 
인생은 100년의 퀘스트가 있는 게임 같다고 했잖아.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퀘스트를 같이 깰 좋은 파티원을 구하는 거라고도 했었지. 아직도 65년의 퀘스트가 남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좋은 파티원을 구하기 위한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야. 요즘은 오랜 세월을 함께 이겨내고 얼마 남지 않은 퀘스트를 묵묵히 완성시켜 나가는 어른들이 가장 부러워. 젊은 나이의 치기 어린 감정이라고 욕해도 좋아.
 

출처: Unsplash 의 Sara Kurfeß

 
서른이 넘으면 어른이 될 줄 알았어.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지고 정답만 있을 줄 알았어. 근데 여전히 헷갈리고 고민 돼. 머리는 차가운데 가슴은 뜨거워. 머리는 답이 있다고 하는데 가슴은 답이 없다고 하네. 이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못찾고 헤메고 있어. 만약 너가 옆에 있었다면 조금은 쉬웠을까. 결정은 당사자가 해야하는 거라며 나 자신을 믿으라고 했겠지. 너의 대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 묻고 싶은 이 감정은 아직도 내가 나약한 어린애라는 걸 말해주나봐.
 
몇 년 전에 너도 알고 지냈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 엄마 같았던 할머니의 죽음은 내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됐어. 앞으로 다시는 가까이 있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았고, 날 떠날 것 같은 사람은 애초에 가까이 두지 않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네. 당장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미래의 나에게 더 큰 슬픔을 전가하지 않을거고, 내 고집스런 자존심 때문에 실수하지도 않을게.
 
나의 결정에 너의 지지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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