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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콩나물처럼 (방구석 소설쓰기 EP.2-3)

by 강태식 2024.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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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이란 별명을 가진 친구가 이별하고 친구들에게 슬픔을 토로했다.

K의 믿음 (방구석 소설쓰기 EP.2)

5년도 더 된 이야기다. 30살을 맞이하는 나이였다. 콩나물대가리를 닮아 별명이 '콩나물'이던 녀석이 친구K와 나(태식)를 술자리로 불러냈다. 친구K는 정신과 의사고, 나는 그들과 10년 지기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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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콩나물처럼

유난히 동그란 두상과 넓은 이마는 내게 콩나물이라는 별명을 주었다. 시간이 지난다고 두상이 바뀔리는 없기에 그 별명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됐다. 특히 내 별명에 집착하는 두 명의 대학 동기가 있었다. 강태식이란 녀석은 나를 놀리는 재미로 사는 것 같았고, 그걸 보고 맞장구치는 K 녀석도 꼴보기 싫었다. 애증이었을까. 나는 두 녀석과 놀리고 화내고 화해하며 충만한 대학 시절을 보냈다.

중고등학교 때는 열심히 공부했다. 하라니까 한거지 별 이유는 없었다. 대학에 오고 나니 비로소 자유가 주어졌고, 나는 본연의 내가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을 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반면, 두 친구는 나와 달랐다.

K는 모든 인생을 계획적으로 살아갔다. 내겐 그져 재수 없는 녀석이지만 모두가 그를 우러러보곤 했다. 강박적인 성격 덕에 늘 사회적 성공과 인간적 존경심이 따랐다. 누가봐도 엄친아였다. 태식이는 정말로 알 수 없는 놈이었다. 본인이 내키지 않은 일에는 관심도 없다가, 본인이 원하는 것은 몇 년이고 도전해 성취했다. 내겐 그저 게으른 친구지만 모두들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는 부류였다.

출처: Unsplash 의 Alex Hudson


그러나 나는 두 녀석이 부럽지 않다. 진심이다. 사실 그 둘은 누구보다 불행하다. 세상 모든 걱정을 짊어지고 살며, 그 어떤 실패도 용납하지 못하는 겁쟁이들이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나 역시 슬픈 날도 있었지만, 그런 날이면 두 친구를 불러 진탕 술을 마시며 울었다.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을 정도로 울고 나면, 무슨 일 때문에 울었는지 잠시나마 잊게 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감정이 기억으로 바뀌었고, 그 기억을 토대로 더 나은 날을 살아갈 수 있다.

우리 셋 중 나만 결혼했다. 어차피 나머지 두 녀석은 생각이 많아서 누구도 못 만날거다. 정답만 찾으며 사는 두 녀석을 보면 재수 없으면서도 딱하다. 두 녀석이랑 만나는 사람은 누구보다 숨막히고 재미없는 교과서 같은 삶을 살게 될거다. 그런 특이 취향을 가진 여성이 이 세상에 있을 리 없다.

나는 그럭저럭 잘 산다. 대외적으로는 말이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문제가 산적해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내 성격대로, 그리고 내 별명처럼 현재의 감정에 집중하며 콩나물처럼 잔잔히 잘 지낸다. 즐거운건 즐거운대로, 슬픈건 슬픈대로 그저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두 녀석보다 잘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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