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시간 죽이는 것을 좋아하던 나였다.
죽인 시간을 셀 수 있다면, 나는 누구보다 악랄한 '시간 살인마'였다.
그런데 문득,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급해서 그런가, 건강히 뛰어놀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질투인건가, 비슷한 시간을 살아온 또래들이 나보다 멀리간 것 같아서?
늘 그렇듯 복잡미묘한 감정의 원인은 설명할 길이 없다.
시간은 유한하다.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누구는 시간을 죽인다. 죽인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한편, 누군가는 시간을 쪼갠다. 쪼개진 시간은 경험과 성과라는 결과물의 밑거름이 된다.
원하는 것을 하고 싶고, 가지고 싶고, 느끼고 싶다.
뭐든지 잘해내고 싶은 사람이라서,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 하고 싶다.
우주의 시간은 유한하고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만약, 한정된 시간을 잘게. 아주 잘게. 극한으로 쪼갠다면,
유한한 시간은 무한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잘게 쪼개진 시간의 배열 속에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차곡차곡 쌓는다면
적어도 나만의 우주는 무한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실화 기반의 책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처럼,
인생의 모든 시간을 분 단위로 관리하는 방법이 있다.
그는 시간통계법을 통해 50여년 간 1만 2,500여장의 연구자료를 남겼다.
책 '몰입'에서 말하는 것처럼 '생각'에 몰입하는 방법이 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생각에 몰입 할수록,
역설적으로 유한한 시간을 극복하고 원대한 성과를 낼 수도 있다.
만약 시간이 아무런 조건 없이 무한정 있었으면 과연 좋았을까?
유한한 시간도 죽이는 마당에,
한없는 '시간의 바다' 앞에서 죽는 것은 나였지 않을까?
책 데스노트에서도,
무한한 시간을 가진 사신 류크는 그 무한함이 따분하여,
한없이 유한하고 불완전한 인간세계를 구경하러 온다.
인생은 유한하기에 소중하고 재미있다고들 한다.
쉽게 공감하기는 어려우나,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소중한 시간을 쪼개서 더 즐겁게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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